Advertisements
Skip to content
07/25/2017 / Sanghwan A. Lee

당신의 연산 과정은 건전한가요?

Methodology vs. Answer

미국 대학에서 수학 과목을 들으면서 놀랐던 적이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던지라—참고로 한국 고등학교의 수학 수준은 미국 대학 혹은 대학원의 수학 수준과 흡사하다—미국 대학의 수학 시험은 대체로 쉬웠다. 그래서 대게 암산으로 답을 얻어 시험지에 적곤했다. 시험지를 돌려받는 날, 교수님께서 앞으로 부르셨다. 의례껏 칭찬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게 돌아온 것은 경고였다. 답을 돌출하는 연산 과정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답만 쓰지 말고 어떻게 답을 얻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연산 과정도 기록하도록 해.
라는 교수님의 일침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음 시험 시간. 역시 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몇 개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충분히 암산으로 풀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교수님의 경고를 기억하며 연산 과정까지 상세히 적었다. 시험지를 돌려받는 날, 교수님께서 또 부르셨다. 이유를 궁금해 하며 앞으로 나갔다. 교수님께서는 시험지를 보여주시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해주셨다.
봐. 3번 문제의 답이 틀렸어. 그러나 연산 과정이 모두 맞았기 때문에 3점만 감점할꺼야. 네가 연산 과정을 마무리 하다가 끝에서 잠시 실수 했던것 같아. 연산 과정을 적지 않았다면 0점 처리가 됐을텐데, 네가 기록한 연산 과정이 너의 사고의 흐름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에 12점을 줬어.

15점 만점 문제의 답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연산 과정이 맞았기 때문에 12점을 얻은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경험한 바로는 답이 틀리면 모든 것이 틀렸다. 연산 과정이 얼마나 옳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답이냐 오답이냐 그것만이 문제였다.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됐다. 시험지에 있는 문제와 문제 사이 있는 공간이 왜 그토록 넓은지 말이다.

Math.jpg

-A Random Example I-

Math.jpg

-A Random Example II-

미국의 신학교에서 쓰는 논문도 이와 흡사했다. 내가 맺은 논문의 결론이 교수님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것은 틀린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결론까지 도달하는 추론 과정이 논리적이고 믿을 수 있는 소스에 의해 지지를 받는다면 결론은 다른 것으로 여겨져 결코 낮은 점수를 받지 않는다. 비록 그런데 나는 너와 다른 결론을 내려. 이쪽 방향으로도 한 번 생각해 볼래?라는 교수님의 손글씨가 함께 따라오지만 말이다. (나를 오해하지 말라. 미국의 교육 과정이 한국의 것 보다 월등하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한국의 교육 과정 중에는 미국의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것들이 많이 있다. 다만 학생을 정답 제조기로 만들려는 주입식 교육을 받았던 내게는 위에 언급한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교회의 이슈들이 있다. 대부분의 것은 기독교의 핵심 교리—신론, 죄론, 구원론 등—밖에 있는 주변 교리에 관한 것들이다. 알다시피 문제는 하나인데 제시되는 답은 천차만별이지 않은가? 예컨대 교회에서 드럼을 치면 되나 안되나? 여자는 설교할 수 있나 없나? 방언은 존재하나 안하나? 십일조는 유효한가 무효한가? 목사는 교회로부터 월급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도대체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가? 왜 문제는 하나인데 답은 수만가지란 말인가? 바로 답을 제시하는 자들의 연산 과정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연산 과정 없이 앵무새처럼 답을 전달하거나 현대적 이슈에만 호소하며 논증을 구축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성이 없다.

이런 사실은 권위주의적 유교사상과 빨리빨리 문화에 물들어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침이 된다. 누가 그 말을 했는가보다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말이다. 단지 대형교회 목사가 설교했다는 이유로, 유명 교수가 책을 통해 전달했다는 이유로, 혹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의견이 정답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연산 과정이 틀렸다면—물론 그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비전문가들보다 바른 연산 과정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답을 제시하는 목사들과 교수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연산 과정에도 질적, 양적 수준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그들의 답은 틀릴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조건 A이다 혹은 무조건 B이다라는 식으로 답을 전광석화처럼 찾으려 하기 전에, 문제의 연산 과정을 신중히 검토함으로 피력자의 사상과 답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들의 연산 과정을 검증할 수 있을까? 너무 당연한 제안이겠지만—그러나 너무 무시되고 있는 제안이기도 하다—관심 주제에 대해 깊게 연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방언의 유무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면 단어의 쓰임새, 가정문의 이해, 당시의 배경, 비유법/과장법의 사용여부, 바울의 개인어(idiolect), 담화 분석(Discourse Analysis)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단 하나의 논증에 호소하거나, 무분별한 방언의 사용이 현대 교회에 많은 피해를 입힌다라는 이유로 부정하거나, 성경을 봐라. 방언이 너무 확실히 나오지 않느냐라는 식의 논증은 결코 건설적이지 못하다. 드럼, 여성 목사, 십일조 등에 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관심 주제에 대해 깊게 연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상식적인 말이지만 너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수학 문제로 불리는 페르마의 정리가 있다. n이 3이상일 때, x​n​​+y​n​​=z​n을 만족하는 정수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라는 문제다. 이를 풀기 위해 수 많은 수학자들이 일생을 바쳤고, 그러다가 미쳐버린 자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머리를 한데 모았고, 결국 그들이 만든 정리와 기존의 공식들—피타고라스의 정리, 시무라의 추론, L 함수에 이르는 다양한 공식들—을 토대로 앤드류 와일즈가 페르마의 괴물을 굴복시켰다. 수 많은 증명들을 통해 연산 과정을 튼튼히 구축함으로 바른 답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학의 난제를 풀기 위해서도 이토록 많은 자들의 노력이 있었건만 하물며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풀기 위해서랴? 수학자의 변명을 쓴 G. H. 하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젊은 수학자는 정리를 증명하고, 늙은 수학자는 책을 쓴다.

젊을 때는 열심히 연구하고 연구가 끝난 후에 연구의 결과를 글로 옮기라는 말이다. 신학을 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신학적 답을 앵무새처럼 막무가내로 읊기 전에 연산 과정부터 튼튼히 구축하라는 의미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간단하게 암산으로 풀어버리려는 성경의 가르침들은 엄청난 양의 연산 과정—마치 페르마의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정리들이 필요했던 것처럼—을 거쳐야만 풀리는 문제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연산 과정은 성경에 대한 깊은 지식과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진행될 수도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시 깊은 연구 없이 있다, 없다 혹은 그렇다, 아니다는 식으로 빨리빨리 답을 내려는 우리의 교만한 태도가 문제난제로 만들고, 난제결코 풀 수 없는 괴물로 둔갑시키는 것이 아닐까? 젊은 수학자가 정리를 증명하고 늙은 수학자가 책을 쓴다면, 우리 신학도들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바른 연산 과정을 만들기 위해 깊이 공부하고, 차후에 바른 연산 과정에 입각한 답을 겸손히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연산 과정이나 답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쉽게 수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특출나고 걸출난 천재가 아닌 이상 신중히 곱씹어봐야 할 일임이 틀림없다.

네 가지 사항을 나눔으로 글을 맺는다.

첫째, 답을 내기 전에 연산 과정을 바르게 구축하자.
둘째, 보다 튼튼한 연산 과정을 만들기 위해 깊이 공부하자.
셋째, 연산 과정이 모두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답을 낼 수 있음을 명심하자.
넷째, 죽는 순간까지 연산 과정을 점검하고 행여나 오류를 발견한다면 당당히 수정하자.
Advertisements

One Comment

댓글 남기기
  1. Sanghwan A. Lee / 7월 25 2017 9:02 오전

    문제에 할당된 점수의 양을 비율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잠시 혼동했습니다 (i.e., 5:1=15:3). 그래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