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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2015 / Sanghwan A. Lee

바로 내가 만 달란트 빚진 자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보내시던 당시의 로마 시대에는 종들을 소유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평민은 5~12명 정도의 종들을, 귀족들은 숫자에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었다 (평민은 20 명의 종들까지 소유할 수 있었던 반면 성 안에 사는 귀족들은 능력에 따라 500명, 성 밖에 사는 귀족들은 3,000명 까지 소유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므로 주인과 종의 관계는 로마의 일상을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주제일 것이다. 당신이 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당시에 살던 종에 관한 내용들은 많은 신학자들이 논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리해 놨음을 알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잠시 눈을 돌려 종들을 소유했던 주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로마에서 종을 소유할 수 있는 주인들은 다양했다. 위에 언급했듯이 일반 평민일 수도 있었고, 귀족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꺼풀만 더 깊이 들어간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까지 발견할 수 있다. 종을 소유할 수 있는 평민들 중에는 한 때 종이었다가 주인의 은혜로 풀려난 자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지금부터다. 로마의 역사에 따르면 종들을 향해 가장 난폭하고 사나운 주인이 바로 이들이었다고 한다. 한 때 종이었던 그들은 자신들을 소유했던 주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게 종들을 다뤘고, 일을 느리게 하는 종들은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죽이기도 했단다. 또한 그들 중에는 평민이 된 후 노예 시장으로 몸소 뛰어 들어가 노예를 잡아 경매에 붙이는 망고네스(Mangones)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망고네스는 노예들을 줄에 묶어 사람들 앞에서 짐승들처럼 끌고 다녔고, 사람들이 원한다면 고문이나 체벌을 아끼지 않았는데, 역시 가장 잔인한 망고네스는 한 때 종이었다가 풀려난 평민들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한 때 종이었던 자들은 종이라는 신분이 힘들고 고달픈 위치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텐데 어쩌면 저렇게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가 무섭게 마태복음 18장에 있는 만 달란트를 탕감받은 자의 비유가 생각났다. 선한 왕으로부터 만 달란트나 탕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겨우 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붙들어 목을 잡고 용서하지 않은 괘씸한 사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왕에게 저렇게 큰 돈을 탕감받은 사람이 어쩌면 저리도 무자비할 수 있을까? 빚진자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저렇게 잔인해 질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 떠오르기가 무섭게 내 자신이 보였다. 예수님께 큰 은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나. 나는 그 한 사람을 미워하는 증오를 연료삼아 유학 생활이라는 기차를 몰아왔다. 나를 온갖 거짓말로 미국에 불러놓고, 미자립 교회에서 목회하고 계신 부모님께 금전적으로 사기친 그 사람. 너무 미웠지만… 오늘 오후, 도서관에서 로마의 역사책을 붙들고 있는 나에게 주님께서 밝히 보여주신듯 하다.

상환아, 이제는 용서하렴. 내가 너의 죄를 큰 용서했듯이, 너도 그녀를 용서하렴.

나는 내 자신이 이처럼 괴씸한 사람인지 미처 몰랐다.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어 고개를 숙인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네… 예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주님께서 제가 진 일만 달란트보다 더 큰 죄의 빚을 보혈로 탕감해 주셨는데, 제가 저에게 그깟 백 데나리온보다도 적은 빚을 진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겠습니까? 용서하겠습니다.

그렇게 내 회개 기도는 시작됐다. 기도 후 도서관을 나오는 내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졌고, 입에서는 휫바람 소리와 함께 이런 고백이 나왔다.

ooo 목사님, 당신을 용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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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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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죠슈아 / 10월 7 2015 7:18 오후

    늘 목사님 글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그당시 노예제도에 관한 상황을 몰랐는데 좋은 글입니다
    설교에 인용해도 될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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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nghwan A. Lee / 10월 7 2015 7:44 오후

      물론입니다, 목사님. 언제나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부족한 자의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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