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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2015 / Sanghwan A. Lee

요정의 도서관

미국의 한적한 마을을 걷다보면 가끔씩 보이는 작은 나무 상자가 있다. “요정의 도서관,” “호빗의 도서관,” “작은 도서관”등으로 불리는 이 상자는 마을 사람들이 평소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값없이 넣어둠으로 서로의 마음을 살찌우자는 소박한 인심을 반영한다.

요정의 도서관에 들어간 책들은 반납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져간 사람이 소유할 수 있고, 다 읽은 후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다시 넣어둘 수 있다. 대부분 무명으로 책을 넣기 때문에 누가 책을 많이 넣는지, 적게 넣는지 계수하지 않고, 그것으로 사람을 판단하지도 않는다. 책을 많이 가져간다고 나무라지도 않고, 읽지 않는다고 핀잔을 주지도 않는다. 책을 통해 받았던 감동을 함께 나누자는 따뜻한 마음으로 세워진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길을 잘못들어 헤매다가 요정의 도서관을 만났다. 거의 8년 만에 만난 도서관이었던지라 반가워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갔다. 겉이 비교적 깨끗한 것으로 봐서 자주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 봤던 도서관은 사용 흔적이 족히 십년은 넘어보여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본 것은 계속 사용중인듯 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니 예상이 맞았다. 도서관 속에는 여러 종류의 책들이 다소곳이 앉아 새로운 주인, 혹은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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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종류의 책들이 있나 궁금해서 열어보니 러브 스토리 소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노년을 보람차게 보내는 방법 등의 책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읽을 수 있는 책들이었다. 마음이 따듯해져 피식 웃음이 나오는 찰라 집 주인이 나왔다. 그러더니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세요” 그런다. 인심도 후하지! 어떤 마을의 도서관은 오직 마을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데, 이 마을의 인심은 나같은 낯설이에게도 책을 권할 만큼 참 후했다. “고맙습니다. 가져갈 만한 책이 있는지 좀 더 볼께요” 화답했지만 사실 아무 책도 가져오지 않았다. 지금 읽어야 할 신학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지라 요정의 도서관에 들어있는 책들을 읽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시간은 있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바로 서재로 갔다. 그리고 가장 깨끗한 성경책 한 권을 골라 다시 마을로 향했다. 요정의 도서관에 도착한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하나님의 말씀을 그 안에 살포시 넣어 두었다. “하나님, 누가 이 책을 집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에게 말씀하여 주소서”라는 기도와 함께 말이다.
차로 향하는 중, 뒤를 돌아 도서관 안에 들어있는 성경책을 봤다. 다음 주인을 기다리며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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