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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2015 / Sanghwan A. Lee

돌 위에 새겨진 글

순교자

갈리아 땅의 의원이었던 고르디아누스와 그의 온 가족이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지키다가 전원 순교를 당해 이곳에 묻히다. 평안히 쉬소서…

이것은 초대교회의 전유물 중 가장 특이한 것으로 손꼽히는 비석의 글입니다. 그 이유는 (1) 알파벳은 헬라어인데 문장 구조는 라틴어로 되어있고, (2)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던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향한 믿음으로 인해 순교했으며, (3) 그와 더불어 온 가족들이 함께 순교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비석의 내용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는 학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비석이 발굴되기 90년 전에 이미 발견된 초대교회의 문서가 고르디아누스를 확증하고 있고, 그가 살았던 갈리아 지역이 헬라어와 라틴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심의 안개는 걷혔습니다.

발견된 문서에 따르면 고르디아누스는 높은 관직이 있었던 로마의 시민권자였습니다. 복음을 접한 그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구원자요 주인으로 고백하지요. 그리고 그의 아내와 53명의 하인들에게 복음을 전한 후, 함께 침례까지 받습니다. 고르디아누스와 그의 집안 사람들이 모두 구원의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이를 알게 된 정부가 가만히 있을리 없었습니다. 바로 고르디아누스와 그의 아내, 그리고 하인들을 잡아 미네르바 신전 앞에서 집단 사살을 시행합니다. 부귀영화의 소유자였던 고르디아누스는 죽음 앞에서도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의 아내 마리나도 믿음을 지킵니다. 그들과 함께 형제, 자매 된 하인들까지도 믿음을 굳세게 붙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셨으니 이제는 우리가 그분을 위해 피를 흘릴 차례라’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고르디아누스와 온 집안 사람들은 순교를 맞이 합니다. 같은 날 복음을 받고, 같은 날 침례를 받음으로, 같은 날 하나님의 가족이 된 성도들이 같은 날 하늘 아버지의 품에 안긴 것입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한 것일까요? 도대체 어떤 것이 자신의 목숨보다 신앙을 더 소중하게 여기도록 했던 것일까요?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그들을 사랑하사 십자가에 달려 남김없이 목숨을 다 쏟으신 예수님을 향한 그 사랑… 그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린 것입니다.

요즘 이곳 저곳에서 그리스도인을 향한 대대적인 핍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인, 가족, 마을 전체가 예수님을 향한 믿음으로 인해 화형, 총살, 생매장등을 당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앞에서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심장을 뜨겁게 달굽니다. 잡혀가는 딸에게 “죽어도 믿음을 저버리지 말라”는 어머니의 외침은 우리의 영혼을 흔들어 깨웁니다. 끌려가는 아들에게 “천국에서 보자”는 아버지의 외침은 우리의 시선을 하늘로 향하게 합니다. 함께 죽음을 맞이하며 “당신과 함께 같은 주님을 섬길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라는 부부의 속삭임은 우리의 모습을 숙연하게 합니다. 칼날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는 고귀한 믿음. 총탄 앞에서도 머리를 숙이지 않는 순결한 믿음. 죽음 앞에서도 엎드리지 않는 절개의 믿음. 그 믿음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내 주 예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는 지조와 절개의 고백을 통해 순교의 꽃을 피운 것입니다.

이들의 장엄한 순교를 바라보며 ‘어쩌면 정말 불쌍한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세상의 작은 유혹 앞에서도 빈번히 타협하는 내 자신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파야 할 때 아파하지 못하는 나. 슬퍼야 할 때 슬퍼하지 못하는 나. 죽어야 할 때 죽지 못하는 나. 작은 시험 앞에서도 자주 무릎을 꿇는 나. 이런 제 자신이 몹시도 부끄러워 집니다.

갈리아 땅의 의원이었던 고르디아누스와 그의 온 가족이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지키다가 전원 순교를 당해 이곳에 묻히다. 평안히 쉬소서.

천 년하고 수 백년 전에 만들어진 비석의 문구가 이처럼 생생하게 귓전을 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하루입니다. 순교하는 이들에게는 큰 위로와 평안이, 믿음이 연약한 저에게는 큰 믿음이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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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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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m0hun / 4월 23 2015 6:28 오후

    동일한 고백이 저에게도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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