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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2014 / Sanghwan A. Lee

엿과 같은 인생

과거 급제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향하던 자들이 꼭 지참했던 필수품이 있다. 엿이다. 각종 요소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엿만큼 최고급 영양제도 없었을 뿐더러 엿에 들어있는 설탕만큼이나 공부하느냐 소진된 당분을 보충할 수 있는 것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과거를 치러가는 서생들의 아내들은 며칠 전부터 엿을 필수로 고았고, 서생들은 그 엿을 허리춤에 차고 과거길에 올랐던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지만 엿에 얽혀 내려오는 재미난 민담이 있다. 과거 길을 떠난 서생들이 뉘엿뉘엿 해가 지게 되면 근처의 주막에 함께 모여 주전부리로 엿을 꺼내 먹는다. 그때 빠지지 않고 했던 일이 각자 들고온 엿을 다른 서생들의 것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다 같은 엿인데 왜 비교하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엿이라고 다 같은 엿은 아니었다. 엿을 켤 때 양손으로 가생이를 움켜잡고 잡아당기기를 반복하면 할수록 엿의 식감은 더 쫀든해지고 색도 연해진다. 늘어날 때 발생하는 열 때문이다. 물론 엿을 늘어뜨리는 횟수가 많을 수록 아내의 노고도 더 들어가지만 과거길에 오르는 애처로운 남편을 생각하며 보다 식감이 좋은 엿을 만들기 위해 이마 위의 구슬 땀을 쓸어 내린것이 조선의 아내들이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알았던 짖굳은 남편들은 엿의 색만 보고도 아내의 정성이 얼만큼 들어갔는지 알 수 있었으니, 주막에 모인 서생들은 각자의 엿 색깔을 견주며 누구의 아내가 가장 많은 땀과 노력과 정성을 쏟았는지를 품평함므로 은근히 아내 자랑을 했던 게다.

가끔씩 나는 내 자신이 하나님의 장중에 붙들린 새까만 엿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분의 손에 의해 끊임없이 늘어지고 또 늘어지고 있는 나. 한 번 늘어질 때 마다 이사야의 입을 씻었던 숯불이 뿜어내는 것과 같은 열이 전신을 휘감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지지만 고통 후에 전보다 더 찰지고 투명해질 내가 있을 것을 알기에 이를 악 물고 성화(聖化)의 고통을 견딘다.

나로 하여금 이 고통을 인내하도록 힘을 주는 구절 하나가 있으니 엡 2:7이다. 이 구절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이유 중 하나가 당신의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을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려 하심”이다. 쉽게 말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이유가 우리를 통해 당신의 좋으심을 세상에 나타내시기 위함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나타내다”고 번역된 헬라어(ἐνδείξηται)는 문맥에서 ‘공개적으로 진열하다’는 의미로 쓰여 우리가 하나님의 좋으심을 공개적으로 진열하는 작품임을 넌지시 의미한다.[1] 그래서 많은 주석가들이 이런 일을 감당하는 성도들을 “트로피”에 비유하기도 했다.[2] 나 같은 미물이 하나님의 좋으심을 세상에 공개적으로 알릴 수 있는 그분의 트로피라니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가? 바로 이런 여정 속에 성화(聖化)가 있기 때문에 엿가락처럼 늘어질 때 찾아오는 아픔을 이를 악 물고 참을 수 있는 것이다.

오, 하나님! 더 늘이고 더 늘여 주옵소서. 제 검은 부분이 더 투명해 지도록, 제 요동하는 모습이 더 찰지게 되도록 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의 은혜를 더 밝게 세상에 나타내는 트로피가 되기 원합니다.

이제야 깨닫는다.

울릉도 호박엿도 필요 없다.
전라도 창평 쌀엿도 필요 없다.
무안지방 고구마엿도, 제주도 닭엿도, 임실 삼계전통쌀엿도 다 필요 없다.

주님 보시기에 찰지고 깨끗한 엿, 그게 최고다.

img_01.jpg

[1] R. C. H. Lenski, Max Anders, Harold Hoehner, Roy Gingrich, Robert Utley, etc.
[2] Charles Ryrie, John Terry, James Rosscup, Robert Hanson, George Peters,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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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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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현수 / 12월 29 2014 3:26 오후

    상환목사님,귀한 은혜롭게 잘읽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날마다 더욱 아름답게 사용하시는 목사님되시는줄 압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늘 건강하시고요. 늘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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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nghwan A. Lee / 12월 31 2014 6:22 오전

      감사합니다, 황 목사님. 평안하시지요? 목사님의 사역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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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희성 / 12월 30 2014 12:08 오전

    엿에 비유된 에베소서2:7절이 기가막히게 좋습니다. 처음알았는데 ‘진열하다’라는 의미가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군요. 제가 신학교 입문하기전에 보석감정사였습니다. San Diego에 있는 GIA 학교 졸업하고 자격증을 갖고 있었지요. 부모님 보석사업을 계승하기 위해 공부하여 감정사가 되었지만 주님께서 불러 주셔서 목회자가 되었는데…..다이아몬드 탄생 공정을 보면 에베소서 말씀의 ‘진열하다’가 더불어 잘 비유가 됩니다.

    다이아몬드는 빛이 없다면 그냥 돌에 불과합니다. 빛은 예수님을 상징하는 중요한 메타포지요.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비싼 이유는 빛을 가장 찬란하게 반사(Reflection)시켜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제대로 깍이고 다듬어지지 않으면 반사된 빛이 밑으로 빠져 버려서 반짝이는 현상이 현저하게 약해집니다.

    다이아몬드는 그 작은 덩어리에 총 58개의 면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모양을 round brilliants cut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58개의 면이 위치와 면적이 이상적으로 잘 만들어지지 못하면 반사(Reflection)가 되지 못하고 굴절(Refraction)이 됩니다. 굴절은 방향이 바뀌게 하여 옆이나 밑으로 빛이 빠져나가게 되지요. 잘 깍여진 다이아몬드는 빛을 반사시켜 다시 위로 올려 보내게 되고 그 빛을 위에서 보게 되는 사람들 눈에 다이아몬드가 스스로 발광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저는 이것을 반영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이 빛으로 이 세상에 오시고 내가 그 분을 영접하면 내안에 들어오십니다. 하나님은 도공으로서 내 삶을 정교하게 깍고 다듬어 가시죠.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면적과 각도를 정확하게 해야지만 빛을 굴절이 아닌 반사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다듬어져 갈 수록 내가 사라지고 내 안에 들어오셨던 예수님이 빛나게 됩니다. 나를 통해 예수님이 빛나고 그 빛을 통해 하나님이 반영됩니다. 목사님께서 설명해 주신 ‘공개적으로 진열하다’가 바로 다이아몬드가 상점에서 진열된 모습이고 우리 신자가 잘리고 깍이는 고통을 통과하고 난 후에 세상에서 예수님과 하나님을 공개적으로 나타내 보이게 되는 것이 성도의 삶의 목표요 최고의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목사님 글에 흥분하여 너무 길게 썼습니다. 오늘도 또 배웠습니다. 이 다이아몬드 비유를 거의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데 오늘 소개해 주신 엡2:7이 저의 묵상과 설명을 더욱 깊고 견고하게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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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nghwan A. Lee / 12월 31 2014 6:25 오전

      안녕하세요, 이 목사님. 친절하시고 자세한 댓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문가께서 해 주시는 다이아몬드 이야기를 통하여 성화의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깊이있는 댓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종종 오셔서 마음을 나눠주시면 부족한 제가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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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두렙돈 / 12월 30 2014 11:12 오후

    목사님의 글과 이희성님의 글이 너무나도 은혜가 됩니다.
    이 블로그를 알 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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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nghwan A. Lee / 12월 31 2014 6:26 오전

      저 역시도 이 목사님의 글을 통하여 많은 깨달음과 은혜가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다이아몬드가 깎이듯, 진주가 만들어지듯, 엿이 늘어나듯 성화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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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렙돈 / 1월 3 2015 6:47 오전

        여기 사이트에 회원이 아니라서 좋아요를 누를 수가 없어요 ㅎㅎㅎㅎ
        그래서 대신 답글 남깁니다~~
        목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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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anghwan A. Lee / 3월 22 2015 8:38 오전

    감사합니다, 두렙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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