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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2014 / Sanghwan A. Lee

럼즈펠드의 지식에 대한 이론

괴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도날드 럼즈펠드의 사유를 발전시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상황이 있음을 말한다.

(1) 내가 알고,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있다.
(2) 내가 모르지만, 내가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있다.
(3) 내가 알고,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있다.
(4) 내가 모르고, 내가 그것을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 있다.

신학도인 나에게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4)의 경우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는데, 나는 그것을 모른다는 것 조차도 모르고 있단다. 이것이 무지 중에 으뜸가는 무지가 아니고 무엇이더냐? 지젝의 말은 낮잠을 자고 있는 내게 얼음물을 끼얹는 것과도 같았다. ‘내가 모르고, 내가 그것을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것도 있구나…’ 등골이 서늘해 졌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철학자지만 오늘은 무척이나 고맙다. 적어도 (4)의 단계에 있던 나를 (2)의 단계로 옮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젝의 “럼즈펠드의 지식에 대한 이론”은 ‘내가 모르고, 내가 그것을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단계’에 있던 나를 ‘내가 모르고, 내가 그것을 모른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단계’로 옮겨 줬다. 물론 그렇다고 모르던 것을 알게 된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은 여전히 모른 채 남겨져 있다. 단지 내 주제를 알게 되었다는 게다. 이러한 내게 남아있는 숙제는 나의 무지함을 알고 그것을 조금씩 벗겨 내는 일이리라.

이것이 철학이 말하는 겸손의 자세요,
모든 신학도가 행동하기 전에 갖추어야 할 요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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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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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m0hun / 10월 15 2014 8:24 오후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는 표현이 떠오르네요. 저도 4에서 2로 옮겨졌습니다.

    Liked by 1명

    • Sanghwan A. Lee / 10월 15 2014 9:42 오후

      그렇군요! 끝없이 정진하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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