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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2014 / Sanghwan A. Lee

사람냄새 나는 목사

요즘 들어 사람 냄새 나는 사람들이 좋다. 기도는 청산유수처럼 못해도 진실하게 하고, 성경은 많이 못 읽어도 읽으려 노력하며, 찬양은 잘 못 불러도 애써 부르려는 자들 말이다. 때때로 인생이야기를 할 때에는 자신이 이뤄놓은 업적 보다는 실패한 사례를 말할 줄도 알고,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쳤다는 말보다는 누구로부터 무엇을 배웠다는 말도 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보다 어리거나,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을 통해서도 스스로를 마름질 할 수 있는 사람. 이처럼 사람 냄새 나는 사람들이 좋다. 여기에 영성을 더하면 금상첨화리라.

얼마 전에 한 형제님과 함께 저녁상에 마주 앉았다. 그 분은 신앙이 뛰어난 분은 아니지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이시다. 조카 벌 된 나만 보면 한 손으로 모자를 벗으시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악수를 청하신다. 그 후에는 사람 냄새 나는 사람과 신학 냄새 나는 사람이 한 상에 둘러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대화가 시작된다. 음식 이야기, 골프 이야기, 정치 이야기, 경제 이야기, 가정 이야기, 신앙 이야기… 각종 분야의 주제들이 대화에 오르내리지만 정작 우리가 즐기는 것은 저녁상 위에서 펼쳐지는 교제(交際)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 냄새 나는 사람과 신학 냄새 나는 사람이 면상(面上)하며 교제를 나누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냄새에 조금씩 배어간다는 것. 그 분과의 만남 후 집으로 돌아오는 내 차 안은 사람 냄새로 가득해진다. 평소에 맡아보지 못했던 냄새인지라 내 속은 한 없이 따뜻해 지고, 이런 내 마음을 차도 알았던지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도로위를 질주해 준다. 나중에 듣게 된 이야기지만 집에 돌아가는 그분의 차 안에는 신학 냄새로 가득해 진단다. 신학적인 사람과 인간적인 사람이 함께 만나 교제하니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가 보다.

요즘 들어 신학에만 매진해온 내 자신을 본다. 신학은 알지만 사람은 모르는 나. 그래서 신학 냄새는 풀풀 풍기지만 사람 냄새는 전혀 없는 나. 괜스레 내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해진다. 얼마 전 “목사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문자적으로는 불가능한 소리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데는 끝이 없다”는 공자의 말처럼 사람이 된 후에 목사가 되는 게 옳다면 그 누가 목사가 될 수 있을꼬? 아마도 신앙과 인성을 동시에 추구하라는 말일께다. 숙제가 하나 생긴 듯싶다. 방년 서른 다섯인 내가 지금부터라도 신앙과 인성을 끝없이 추구하면 내 나이 여든 즈음에는 사람 냄새 좀 나는 목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안진 씨의 “지란지교를 꿈꾸며”가 머리 속에 맴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목사로 다가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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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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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m0hun / 10월 14 2014 1:33 오전

    최근에 어떤 교수님을 통해 한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그 사람의 책 또는 글을 읽는다면 “처음부터 시작하라”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우연히 읽기 시작한 글이지만 그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참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얼마나 치열하게 20대를 살아오셨을까 생각하니 글을 읽으면서 제 스스로가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실수투성이인 삶이지만 그 실수를 통해 조금은 사람냄새 나는사람이 되었을까? 하고 자문하게 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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