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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6/2014 / Sanghwan A. Lee

사랑해서는 안될 사랑하는 것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열망하는 것’과 ‘원하는 것’은 분리 되야 한다고 말했다. A를 열망하는 동시에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란다. 라캉 연구가 슬라보예 지젝은

A를 열망하지만 A를 소유한 후에 발생할 일이 싫어 A를 원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

는 말로 라캉을 지지한다. 예컨대 당신이 뚱뚱하다고 가정하자. ‘날씬한 나’를 열망한다. 그러나 날씬하게 된 후에는 더 이상 꿀밤참을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 때 ‘날씬한 나’를 열망하지만 동시에 원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물신적 부인’이라는 정신분석 용어가 있다. ‘내가 처해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나로 하여금 행동을 일으킬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고 믿는 현상’을 말한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기 최면이다. 이것이 열망만 하는 인간이 취하는 다음 단계다. 위의 예를 계속 사용하자면, ‘날씬한 나’를 원하는 열망을 ‘꿀밤참을 원하는 나’로 누른 후에 찾아오는 죄책감을 ‘나는 꿀 밤참을 포기할 만큼 뚱뚱하지는 않아’라는 자기 최면으로 상쇄하려는 격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열망하는 것’과 ‘원하는 것’이 다른 이유는 그 사이에 ‘사랑해서는 안될 것을 사랑함’이 끼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날씬한 나’를 열망함과 동시에 원하치 않는 이유는 사랑해서는 안될 꿀밤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던가?

가장 극단적인 예는 마가복음 10장에 등장한다. 한 사람이 있다. 부자 청년이다. 그는 자신에게 영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영생을 열망까지 했다. 그러나 물질을 버릴 만큼 원하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편안한 삶을 더이상 못 살 것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왔던 것이다. 결국 그는 ‘열망하는 것 (영생)’을 버리고 ‘원하는 것 (물질)’을 향해 등을 돌렸다. 지젝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코를 흠씬 만지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저 젊은 양반이 취할 다음 단계는 물신적 부인, 곧 자기 최면이야. 자신은 돈을 포기할 만큼 영생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위로할 테지… 이러한 자기 최면의 뿌리는 돈을 향한 사랑이야.

그렇다. 돈만 사랑하지 않았다면 ‘욕망하는 것’과 ‘원하는 것’은 일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랑해선 안될 것을 사랑했기에 그의 열망은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게다.

놀라운 사실은 이미 영생을 소유한 자들에게도 이런 태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과 ‘더 가까운 나’를 열망하지만 원하지는 않는다. 그 만큼 세상과 더 멀어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세상은 멀어저야 할 대상임을 알지만 아직까지는 사랑의 대상이다. 이 괴리감 속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마음에는 열망(πρόθυμος)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는 구절과 함께 물신적 부인 상태로 접어든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기를 열망하지만 동시에 원하지 않는 우리. 그래서 결국 ‘내 열망이 그 정도는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어버리는 우리. 사랑해서는 안될 것들인 세상을 사랑하기에 찾아온 타협이리라. 라캉은 “인간은 열망하는 기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우리에게 너무 과분하기만 하다. 오히려 지젝의 비꼬는 말처럼 “인간은 열망만 하는 기계다”가 더 맞을지도 모른다. 

오늘 따라 시인과 촌장의 노래가 생각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에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예수님께 내 마음의 자리를 더 내드리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헛된 바램 들이 아직까지 너무 사랑스럽다. 그래서 더욱 슬퍼지는 하루다. 열망만 하는 기계에서 열망하는 기계로 한 발자욱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아마도…

“예수님 더 사랑하기 원합니다”라는 기도보다 앞서 드려야 할 기도는
“사랑해선 안될 것을 사랑하지 않도록 힘을 주소서”가 아닌가 싶다.

주여, 나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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